퇴사, 그리고 돌아보기 (1)

나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지만, 개발자로서의 미래를 상상할 때,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어느 날, 네트워크 수업을 듣고 처음으로 내 머릿속에 큰 충격이 일었다.

그때까지는 나는 인터넷은 단순한 연결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지만,

네트워크의 구조와 복합한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다.

그 순간, 내게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았다.

 

 

결국 전공을 떠나 네트워크 분야에서 직업을 찾기로 했다.

전공을 살리면 일이 힘들까 봐, 어려울까 봐, 그 대안을 찾은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전공과 다른 직무 취업을 위해 국비교육을 수강했다. 꽤 괜찮은 기업에 취업했다.


그리고 입사 후 3일이 지나고, 직업에 대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을 하기 위해 새벽에 운전을 하거나, 단순한 업무를 반복하며

내가 상상했던 직무와 현실은 너무 달랐다.

내가 꿈꾸던 일은 여전히 저 멀리 있는 반면, 

나는 그저 반복되는 단순 업무와 마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업무에 대한 흥미는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이 일을 오래 하면 나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외근과 운전, 주말 근무가 반복되면서 내가 꿈꿨던 모습은 점점 흐려졌다.

희망보다는 무력감이 나를 채우기 시작했다

 


같이 교육을 받은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각자의 고충을 토로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누구하나 다르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이 일에 내 삶을 낭비할 수 없다는 결심을 내렸다.

일을 오래 하면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 앞에 나는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며 나를 조금씩 잃어갔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지만, 내일이 힘들어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언제 연락이 올지 몰라 주말에도 늘 노트북을 가지고 다녔다.

내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 참고 견뎠다.

버티기 위해 성취감, 보람을 느껴보고자 했지만, 오히려 다음 업무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만이 커졌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본가에 내려갔다. 

동생이 먼저 집에 도착해 있었다.
동생은 청소년 상담하는 일을 하며, 최저시급 정도의 돈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나는 문뜩 궁금해져 물었다. "너는 일을 하며 보람을 느껴?"
동생은 잠시도 망설임 없이 답했다. "힘든일도 있지만,,, 당연히 느끼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동생의 대답은 담담히 견디던 내 마음 속 연못에 큰 돌을 던진 듯했다.

내 안에 쌓여있던 불안과 의문을 한꺼번에 밀어내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렇게 일 년이 흐른 후, 나는 내 선택을 후회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 길을 선택했는지, 

나 자신을 속이며 있었던 건 아닌지 자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흥미와 꿈,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를 결심하자, 마치 평생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을 한꺼번에 내려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묶여 있던 곳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어깨가 가벼워졌고,

그동안 내면에서 억누르며 참아왔던 감정들이 마침내 터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일도 오히려 더 수월해졌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유와 여유를 찾은 기분이였다.

 

 

동료 형과 담배를 피며 늘 농담처럼 했던 퇴사 이야기를 진지하게 꺼냈다.

나와 비슷한 이름, 비슷한 입사 시기를 가진 형은 그동안 내게 큰 힘이 되어주던 사람이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형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나를 격려해주었다.

"잘 생각했어.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지"

형의 말은 내게 큰 위안이 되었지만,

"퇴사 안하면 안돼? 나랑 더 일하자"는 장난스러운 말에 묘하게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말 속에서 나의 선택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다시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 감정을 애써 웃으며 넘겼다.

 

 

그리고 나는 퇴사 이야기를 회사에 전했다. 

'일기 > 퇴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퇴사, 그리고 돌아보기 (2)  (0) 2025.01.19